Sejin's White color

세진의 첫 하얀 거짓말은 유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밤에 소꿉놀이 세트를 머리맡에 두고 가신 것을 알지만,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갔다는 하얀 거짓말을 했다. 눈치가 빠른 세진은 애초에 산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꿉놀이 세트를 선물해줬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널리 퍼뜨리고 다녔다. 평범한 세진은 이렇게 하얀 거짓말을 통해 원하는 것도 얻고, 부모님의 하얀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세진은 하얀 거짓말과 하얀 사랑을 사랑한다.

세진의 피부가 하얀 시절도 있었다. 있었나? 사실 모르겠다. 초등학생 세진은 쉬는시간마다 평범하게 축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체육 시간을 즐거워했고, 뛰며 노는 평범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 에너지가 담긴 피부색이다. 덕분에 햇빛에 타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피부가 되었다.세진은 어린 세진의 하얀 에너지를 사랑한다.

세진의 입시 시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하얀 물감으로 하이라이트를 살려주는 작업이다. 그림 마무리 단계엔 항상 물감을 닦아낸 뒤 그 위에 하얀 물감을 발라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기 어려웠던 하얀 물감을 통해 세진은 처음으로 하얀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하얀 물감을 칠해야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해본 뒤 세진은 하얀 물감을 동시에 사랑했다.

세진의 집 서랍엔 하얀 양말이 가득하다. 어린 시절부터 하얀 양말만 고집해왔으며, 그덕에 자취를 하는 중에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하얀 양말을 가득 보내주신다.세진은 하얀 양말과 부모님의 하얀 사랑을 사랑한다.

세진은 하얀 것을 사랑한다. 하지만 하얀 작업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하얀색으로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하얀 것을 사랑한다. 가장 하얀 작업물은 “송”이다. 이 작업은 2학년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진행했던 과제다. “송”에 취향을 담아 레터링한 뒤 송이 들어간 모든 단어를 집합했다. 특히 “송곳니”, “송이버섯”, “송강호”, “송편”에 대한 내용을 깊게 들어가 책까지 디자인했던 기억이 있다. 세진은 하얀색과 사랑하는 레터링, 사랑하는 교수님과 진행한 “송”을 사랑한다.

세진의 하얀 이어폰 속엔 무슨 음악이 흘러나올까. 이준형의 이글루가 흘러나온다.
사랑하는 일렉 기타 소리, 사랑하는 목소리, 사랑하는 하얀 것, 3박자가 맞춰지는 노래다. 세진은 하얀 이어폰 속 하얀 이글루를 사랑한다.